독후감

칵테일, 러브, 좀비를 읽고

pnut 2022. 8. 2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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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시

 

역했다. 채원의 그 가시가 나한테 전이돼는 느낌이었다.

 

주인공은 17년째 가시가 걸려있다고 했다. 그 가시는 어렸을 적에 부모님의 강요 때문에 생겼다. 바닷가 근처에 살면서 회 한 마리 못 먹냐고…

어린아이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좀 전까지 살아서 펄떡이던 것을 입으로 가져가기엔, 나는 비위가 약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뭐 어떠냐고 어린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고 횟감을 먹게 강요했다. 그 강요에 주인공은 심리적인 가시가 생긴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고 강요하는 그것이 채원의 가시다.

 

다음 채원에게 가시를 느끼게 한 대상은 남자친구였다.

어떤 여자가 채원의 공방에 왔다. 전체적으로 인상이 흐릿한 그 여자는 채원이 만든 남자친구 정현의 조각상을 보고 ‘진짜 똑같아요’라고 남자친구를 아는 것처럼 말했다.

 

그 후 남자친구는 자기 친구들이 있는 술자리에 채원을 불러냈다. 하필 그곳은 횟집이었고 매운탕이라도 먹으라는 남자친구의 말을 무시했다. 그러고 채원은 남자친구의 두상이 채원을 노려본다는 기분을 느꼈다.

 

채원은 남자친구와의 과거를 회상한다. 정현은 채원의 몸매를 평가하고 원하는 옷 스타일로 입기를 강요했다.

‘주로 좋은 말을 건네며 이전의 차림들을 깎아내리는 식이었는데, 당장 코앞에서 칭찬하는 이를 두고 화를 내기도 뭐한 일이었다.’

채원은 당시엔 이상한 것을 못 느꼈지만, 점점 목의 이물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정현의 두상을 열심히 만들던 채원에게 실력을 인정하는 선배는 별로 안 닮았다고 말했다.

 

연애 도중 정현은 추리닝에 지저분하게 나왔고 선배가 왜 그 두상과 다르다고 표현한 줄 알 거 같았다. 이때 채원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불쑥 찾아왔다. 그는 그대로인데 채원은 안 입던 원피스에 5cm가 넘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러다 그의 핸드폰에 태주라는 여자의 이름을 보게 되었다.

 

이태주는 공방에 혼자 찾아온 의문의 여자였고 채원은 정현이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의심이 점점 커져갔다.

 

그러다 술 취한 정현이 들이닥쳤고 헤어지자는 채원의 말에 거칠게 대했다. 그러다 이목구비가 없는 여자를 마주치고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 후 채원은 이태주의 흔적을 찾아 어느 모텔로 찾아갔고 그 안에 이미 3구에 시체가 있었고 정현이가 팔딱거리면서 횟감처럼 붙잡혀 있었다. 태주는 채원 입안에 가시를 빼주고 오래전 이모가 쓰던 회칼을 받았다. 그 회칼로 정현을 죽였고 소설은 끝난다.



어렸을 적 부모의 강요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지금 부모와 자식 세대는 크게 다르다. 빠른 경제성장으로 인해 지금의 부모 세대는 산업화 세대이고 그 위 조부모 세대는 농업 세대 지금 자식들은 정보화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가정이건 시대가 다르고 그에 따라 당연시되는 강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바꿀 수가 없다. 특히 채원같이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사회에 대해 목에 가시가 걸린 답답한 느낌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친구 정현과의 관계는 다르다. 남자친구인 정현은 성인인 채원이 선택해서 만나는 것이고 칭찬과 외모 평가를 교묘하게 했어도 목 안에 가시가 든 기분이 들면 헤어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채원은 더 좋아해서 정현과 헤어지지 못했다.

 

‘떠올려 보면, 정현은 절대 먼저 사과하지 않았다. 늘 애가 타서 먼저 연락하는 건 나였고, 정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 사과를 받아들이곤 했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자 정현은 답을 하라며 같은 메시지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냈다. 벌써 취했나? 전에는 이런 행동이 그만큼 나를 좋아하는 증거인 것 같아 기뻤던 적도 있었다.’



이렇듯 채원은 일방적인 연애를 하고 있었고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가시가 생겼다면서 부모님에게 당했던 강요와 동치시켜서 생각한다. 사실 같은 선상에 두면 안 되는 것들을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버리고 자신의 상상 속에서 남자친구 정현을 죽인다. 아마 미리 있던 3구의 시체는 부모와 이모 아니면 이모부였을 것이다.

 

이모가 쓰던 회칼을 들고 어렸을 때 역겨워했던 그 행동을 자신이 이어받아 똑같이 행동한다. 그러고는 가시가 빠졌다면서 홀가분한 모습을 하고 말이다.

 

이제 채현은 남에게 가시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부모와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구별 못하는 상태로 말이다.

 

그래서 이 단편이 역겨웠다. 나에게 가시를 넣어주는 기분이었고 이렇게 길게 감상문을 쓰지 않고서는 가시를 뽑아낼 수 없을 것 같았다.

 

2. 습지의 사랑

 

3. 칵테일 러브 좀비

화자의 아버지는 좀비가 되었다. 가부장적인 경상도 사람. 나이 50인데도 아직도 제약회사 영업 뛰는 사람. 크게 사고를 친 적은 없으나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는 늘 사고를 치는 건 아빠.

아버지가 좀비가 되었는데 비중 있게 나오는 얘기는 돈. 퇴직금. 그 좀비가 된 아버지에게 총을 쏘는 어머니.

아버지에게 물린 딸(화자). 1. 가시처럼 그 딸은 아버지의 모습을 비슷하게 잇겠다는 것인지

 

상황에 대한 인식도 없으니 반성도 없다. 그나마 소설 속 주인공이 아버지, 나쁜 사람의 모습이 이어지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차라리 이걸 볼 시간에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한번 봤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들이 현대소설을 안 보고 클래식만 보려고 하는지 이제 알 거 같다.




4.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이것은 흔하디흔한 이야기이다’ 정말? 얼마나 흔한데? 라는 생각부터 났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가 시작될지 다 알 거 같았다. 또 나쁜 아빠, 이번엔 남자친구가 아닌 스토킹하는 남자.

스토킹을 당한다 했을 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도대체 그런 친구가 현실에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누가 문제일까? 어지럽다.

 

흔한 이야기라고 시작하는 소설은 하나도 흔하지 않다. 아니어서 강조를 한 것인가? 그것도 아닐 것이다. 이야기를 보면 볼수록 다른 이야기 다른 생각할 거리가 있을까? 하면서 봤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는 이야기이다.

스토킹 남자친구 살해를 구글에 검색해봤다. 보통 전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가 살해했다. 현 남자친구를 사귀는 ‘흔한’ 경우는 별로 없나보다

스토킹 상황을 도와주는 사람에게 단번에 빠져서 다음날 고백을 한다. 참 가볍고 쉽다.

작중에 화자는 잘 안 죽는다는 대신 어머니, 한눈에 사랑에 빠진 남자친구가 대신 여러 번 죽어준다.

참 쉽다.

마지막 끝에라도 한눈에 사랑에 빠진 남자친구한테 죽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단편집은 중간에 습지의 사랑을 빼고는 화자가 남자친구 혹은 아버지를 죽인다. 그렇게 남자를 싫어하는데 중간중간에 도움도 받고 사랑도 받고 기대도 한다. 마지막에선 배신당하지만

 

그냥 좀 불쌍하다. 도대체 어떤 세상을 사는 것인가… 그런 세상에서 그런 모습만 보고… 앞에서 말했듯이 아버지 어머니는 어쩔 수 없다. 그 시대의 산물이다. 하지만 남자친구만큼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 단순히 외모가 멋있다고 행동이 멋있다고 쉽게 사귀지 말았으면 한다. 좀 길게 보고 성격도 보면서 만나면 괜찮은 사람이 있을 거다. 힘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단편집은 여자(화자) 입장에서 가부장제와 남자친구를 분노하고 증오하는 소설이고 찔러 죽이고 복수하는 소설이다. 본인이 그런 상태거나 그러고 싶으면 이걸로 해소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시간 내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는 그럴 필요가 없는데 어떤 여자애가 추천해줘서 봤다. 내 시간도 버렸고 기분도 버렸다. 앞으로 현대소설은 안 볼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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